
나는 주식 투자를 모른다. 사실 지금까지 관심도 없었다. 주식 투자에 새로 관심이 생긴 것도 아니다. ‘투자의 여왕’을 보게 된 이유는, 순전히 내가 만화 오덕이기 때문이다.
훌륭한 만화의 조건은 무엇인가. 당연히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무장한 플롯과 디테일이리라. 하지만 그 다음은? 십 수 년 오덕 생활의 결론은 이렇다. 성실함과 꾸준함. 성실한 만화가의 그림은 번뜩이진 않아도 마음을 만진다. 꾸준히 연구하는 만화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등골이 서늘하지는 않아도 촤르르 손 끝에 걸린다. 그리고 이런 만화는, 자꾸 열어 보고 싶다. 만화가 이종범의 만화가, 그림이 그렇다. 동명의 야구선수가 그랬던 것과는 달리, 그가 단숨에 ‘천재 작가’의 반열에 오를 것 같진 않다. 하지만 그는 꾸준히, 그리고 차분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낼 작가다.
그럼 이제 책 내용을 이야기할 차례다. 그런데 책 내용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앞에 한 얘기랑 좀 겹친다. ‘투자의 여왕’은, ‘성실한 투자’에 대한 이야기다. 주식을 통한 일확 천금이나 ‘몇 억 모으기’ 따위와는 반대 지점에 있는 만화다. 너무나 당연하게도, 모르는 세계에 들어가서 뭔가를 하려면 꾸준히 공부를 하고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.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냥 ‘대박주’를 찾아내 단번에 몇 배의 수익을 올리려고 한다. 한국 주식 시장의 이 기묘한 현실에 대해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여 날카롭게 지적한 부분이 바로 이 책의 백미다. 명료한 진리다. 잘 하려면 열심히 배울 것.
동시에 이 책의 내용은 착하다. “개미는 안된”다는 회의를 딛고 일어나, 수많은 개미들이 결국 주식시장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어떤 ‘이상’에 손을 뻗고 있는 이야기다. 그리고 그 일부는, ‘투자의 여왕’의 기본 토대가 된 책의 저자이자 ‘슈퍼 개미’인 채상묵씨가 이미 보여 주었다. 수많은 개미들이 꼼꼼히 공부하고 차근차근 주식 시장을 만들어 결국 개미가 승리하는 주식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, 이 책에 담겨 있다. (남들보다 먼저 몇 억을 모아 앞서나가자! 따위가 아니라.)
자 말이 길었다. ‘일확천금’이 아닌, 평범한 사람의 ‘조금 나은 투자’를 통해 ‘조금 나은 미래’를 설계하고 싶은 사람들은, 주저 말고 읽어 보시라. 돈은 그냥 은행에 넣어 놓고, 매일 맥주와 만화책, 야동으로 소일하는 나도 문득 “주식 공부를 해 볼까...”하는 마음이 생겼을 정도니까.
PS 가계부 쓰는 요령을 가르쳐 줘서 좋았다.
PS 2 캐릭터 소개 페이지에, 고금리의 자세는.... 작가의 혼이 담겨 있다는 느낌이지만...개인적으로는 개드립이라고 생각함.
PS 3 여긴 개인 블로그이니까 밝히는데, 작가 이종범과는 아는 사이다. 하지만 리뷰 써주고 받는것 따윈 아무것도 없다.





최근 덧글